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다리가 찌릿하게 저리는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는 그게 그냥 '자세가 안 좋아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혈관이 막히기 직전의 신호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심부정맥혈전증(DVT)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였습니다.

혈전이 만들어지는 원리: 알고 나면 자세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다리를 꼬는 자세가 골반이나 허리에 나쁘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게 혈관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 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주도에서 3년 넘게 생활하다가 육지로 이동하던 날이었습니다. 좁은 좌석에서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한 시간 남짓 앉아 있다가 내리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종아리 쪽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왔습니다. 발등을 위쪽으로 굽힐 때마다 종아리 근육이 땅기는 느낌이 심해서 한참을 벤치에 앉아 주물러야 했죠. 당시엔 단순히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오금 정맥이 압박을 받아 혈류가 정체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오금 정맥이란 무릎 뒤쪽을 지나는 주요 정맥으로,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올려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리를 꼬면 이 정맥이 직접적으로 눌리면서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바리케이드를 친 것과 같은 상황이 혈관 속에서 벌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혈류가 멈추면 혈전(血栓)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혈전이란 혈액이 굳어서 만들어진 덩어리로, 혈관 안에서 흘러 다니다가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PE, Pulmonary Embolism)을 일으킵니다. 폐색전증이란 폐로 가는 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히는 상태로, 호흡 곤란, 혈압 저하, 심한 경우 우심실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입니다. 이 이름이 바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정식 병명인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의 무서운 합병증입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란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질환으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처음에는 한쪽 발등부터 시작해 발목, 종아리, 허벅지 순서로 서서히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저는 이 순서를 읽고 나서 그날 제 종아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였는지를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골절이나 수술을 받은 경우
- 3개월 이내에 심부전 또는 심근경색을 겪은 경우
- 하지 마비가 동반된 척추신경 손상이 있는 경우
-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저처럼 50대에 접어든 분들도 혈관 탄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스스로를 위험군에 포함시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방이 전부다: 제가 직접 바꾼 습관들
일반적으로 비행기 안에서 조금만 스트레칭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이게 비행기 안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 서너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업무상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버스에 탈 때도 저도 모르게 다리를 꼬게 됩니다. 집중하면 할수록 자세는 더 굳어지고, 그 시간이 쌓이면 혈류 정체 위험도 함께 쌓이는 겁니다.
항응고제(抗凝固劑)란 혈전이 생기거나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로, 병원에서 심부정맥혈전증이 확인되면 이 약물요법을 우선 적용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카테터를 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까지 진행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다리 저림 증상으로 시작한 게 혈관 시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비행 시 혈전 예방을 위해 1~2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나 다리 스트레칭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그런데 저처럼 버스나 사무실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 권고는 비행기 밖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바꾼 습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스마트폰 알람을 1시간 간격으로 설정해 반드시 일어나기
- 다리를 꼬고 싶을 때마다 발목 회전 운동으로 대체하기
- 장거리 이동 시 헐렁한 바지 착용, 알코올 음료 자제
- 앉아 있을 때 발뒤꿈치를 바닥에 대고 발끝을 들어 올리는 종아리 펌프 운동 반복
특히 종아리 펌프 운동은 제가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효과가 빠릅니다. 혈액이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려면 종아리 근육의 수축 운동이 꼭 필요한데, 이 동작 하나로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앉은자리에서도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어 버스 안이나 회의 중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비행기 안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앉아 있는 모든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비행할 때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50대 이후로 혈액순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제는 앉아 있는 자세 하나도 예사롭게 보지 않게 됐습니다. 다리가 저릿하거나 한쪽만 붓는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한 번쯤 심부정맥혈전증 가능성을 떠올려 보시길 권합니다. 자세를 바꾸는 데 드는 수고가, 혈관 시술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5/04/2026050401404.html